오늘의 문장

봄날 (2020년 3월 24일)

divicom 2020. 3. 24. 12: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공포심으로 세상이 채워져도

꽃과 잎들은 아랑곳없이 피어납니다. 


오랜만에 베란다를 청소하며 보니 화분마다 새 잎이 나오고 

꽃을 피운 화분도 여럿입니다.

예쁘다 애썼다 칭찬하다가 눈이 젖습니다.

저 잎과 꽃을 내느라 얼마나 많은 것을 견디고

얼마나 오래 무엇을 모았을까요...


작년 봄에 이 블로그에 '철가방을 든 시인'이라는 제목으로 올

렸던 시 문득 떠올라 오늘 다시 올립니다. 

이 시를 알게 해준 일러스트포잇(illustpoet) 김수자 씨는 

몸이 아파 작업을 중지한 상태이지만, 그의 블로그엔

그가 전에 올려둔 아름다운 시와 그림들이 여전합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llustpoet&logNo=221504886464&categoryNo=7&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봄날
           
   이문재

대학 본관 앞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

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 찰칵
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것이다.
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 나간다.

계란탕처럼 순한
봄날 이른 저녁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