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신문에서 이상한 광고 문안을 보았습니다.
"지금 대구로 오10미까?"
그리고 그 아래에 대구에서 먹을 수 있는 열 가지 음식 이름이 있었습니다.
광고의 성격으로 보아 대구광역시가 돈을 들여 제작한 광고가 분명한데
이렇게 우리말을 파괴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말이 엉망진창이 되어가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악화를 재촉해야 할까요?
대구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에는 그 광고 문안을 만든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의 자랑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존재감이 없는 대구 10미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계십니까?'를 '계10미까?'로 교묘하게 10미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그랬더니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의도는 좋았지만, 디자인이 예쁘지 않았다. '계10미까?'라는 글에서 '계'와 '10'이 얽혀서 문장 읽는 것을 방해했다. 대구시청 팀과 이 문제로 회의하던 중 '계십니까?'를 '오십니까?'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랬더니 '오10미까?'라는 문장이 만들어지며 디자인도 예쁘게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 대구로 오10미까?'가 최종 카피로 결정되었다...
대구 10미 광고를 진행하며 대구시청 위생정책과와 우리는 한 팀이 된 것처럼 작업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막창을 제외한 음식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고 경상도 음식이 생각보다 풍미가 떨어진다는 인식이다. 광고판의 간판에 붉은색을 많이 쓴 것도 식감을 자극하려는 의도였다. 대구만큼 단위 면적과 비교하면 음식점의 수가 많은 도시가 드물다. 가까운 부산이나 대전만 가봐도 대구만큼 음식점이 많지 않다. 치맥 페스티벌이 대구를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된 것만큼 대구 10미에 관한 끊임없는 홍보가 필요할 듯 보인다. 이제 '경상도 음식은 맛없다'라는 얘기를 그만 듣고 싶다."
광고 문안을 보고 분노가 치솟았는데 김 소장의 자랑을 읽고 나니 더욱 기가 막힙니다.
얼마나 아이디어가 없으면 자기 나라 언어를 파괴해 아이디어인 척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 시민들은 어떨까요?
이 문안으로 대형 광고판을 만들어 버스에 붙였다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 광고 덕에 대구 음식을 먹으러 대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까요?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일에 열심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제가 잘못 안 걸까요?
며칠 전에 김수종 선배님도 자유칼럼에 쓰신 글에서 우리말의 위기를
다루셨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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