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안녕들 하십니까(2013년 12월 14일)

divicom 2013. 12. 14. 17:03

고려대학교 4학년 주현우 씨가 지난 10일 학교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21세기 대학생의 20세기 식 발언 --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아픕니다. 어쨌든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이 대자보 덕에 같은 학교는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지지를 표시하는 게시물들과 유사한 내용의 벽보들이 나타나고, 이 제목으로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하루 반 사이에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 동의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나라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분기하여 민주화를 주도했던 대학생들이 이번에도 젊은 패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오늘 저녁 '서울역 나들이'에 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요즘 젊은이들은 이기적'이라는 편견을 깨뜨려주길 바랍니다. 아래는 조금 전 경향신문 인터넷판에서 본 기사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7만명이 '좋아요', 서울역 나들이 나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가 개설 하루 반나절만에 7만6000여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하 수상한 시절에 안녕들하십니까?”라고 물었던 고려대 대자보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하는 벽보들은 13일까지 전국 대학 15여곳에 붙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27)는 지난 10일 고대 후문 게시판에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수천명이 직위해제되고, 불법 대선개입, 밀양 주민이 음독자살하는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적은 대자보를 붙였다. 이후 교내에는 ‘안녕하지 못했다’는 대자보가 연달아 40여건 붙는 등 대학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14일 오후에는 이에 호응한 청년들이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모여 각자의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나눴다. 이들은 오후 4시20분에 시청역에서 열리는 밀양 고 유한숙 어르신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고, 5시에는 관권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촛불집회로 갈 예정이다.


대학생 외에도 모든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를 중심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오후 현재 ‘서울역 나들이’ 진행 상황을 이곳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이 페이지로 보내온 대자보와 메시지가 게시될 때마다 많게는 5000여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 수백 건이 달렸다.

충북의 한 여고생은 “저는 수능이 끝난 지 30여 일이 넘게 지나면서까지 안녕했기 때문에 창피하다”며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혹여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어머니께 꾸지람을 듣지 않을까, 선생님께도 혼나지 않을까 불안하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이제 시작인 나의 대학생활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며 ‘고등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한양대 ‘전기공학 08 최아’라고 밝힌 학생은 학교에 대자보를 붙여 “삼성 서비스 노동자와 밀양 고향을 지키고자 하던 어르신들 자살, 국정원 쓰레기 댓글과 부정선거, 철도 파업에도 저는 도서관에 앉아 ‘좋아요’만 눌렀다”고 썼다. 그는 “저는 이제 졸업을 하고 저 곳으로 나간다. 자리에 앉아 ‘좋아요’로만 대했던 제게 세상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안녕하게 지내온 저를 반성하며 안녕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주씨는 “이렇게 호응이 클 줄 몰랐다. 반가운 일이지만 이 반응을 어떻게 활용한다거나, 내가 누군가의 대리자가 될 수는 없다”며 “모두가 자기 안에서 나온 말을 하고, 내가 주체가 돼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노조원 수천명을 하루만에 직위해제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고, 여기서 아무 말도 안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세대는 경쟁이 당연하다고, 이기려면 모나지 말고 주류에 편승해야 한다고 주입받았다. 입 한번 뻥긋하면 잘못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와서 정치적 발언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20대들이 과거 1980년대 대학생들이 제시했던 정치적 아젠다와 일상적 안위의 문제를 결합한 자신들만의 언어를 창조한 것”이라며 “20대는 결사체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