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됐다가
거의 '거국적' 반발에 직면해 지난 11일에 스스로 사퇴했습니다.
박 교수는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고 그러므로 그 사건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다는
여론입니다. 저는 박 교수가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모르지만 거의 모든 과학계 인사들이 강도 높게
그를 비판하는 것을 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하나의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살았기에 모두가 그에게 돌을 던지는가?'입니다.
박 교수는 '마녀 사냥'을 당했다, 억울하다 하는 투로 말하고 있는데, 지금 그가 할 일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가 '어떻게 살았기에' 그런 대접을 받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사기꾼들이 꽤 있고 사기사건도 자주 일어나지만 그런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모두 박 교수 같은 평가를
받지는 않으니까요. 아래는 오늘 자유칼럼에서 보내준 칼럼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옮겨둡니다.
| | | | | 新 ‘황우석 사건’, 김수환 추기경 눈물 잊었나 | 2017.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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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황우석 사건’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 기억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황우석의 연구 성과와 관련한 ‘좋은’ 기사가 국내 언론을 장식하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하던 즈음, 의사들이 읽는 의협 기관지에 과학적 연구 결과에 너무 흥분하기보다 조금은 차분히 지켜보자는 취지의 칼럼을 송고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황우석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필자는 급히 편집 담당자에게 연락해 해당 칼럼을 잠시 보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황우석의 기자회견을 주의 깊게 시청했습니다.
기자회견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차분히 읽어나가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필자 역시 모든 국민이 그러하듯 ‘부디 아무런 문제도 없길’ 바라는 심정으로 TV를 지켜보았습니다. 바람대로 큰 문제가 없는 듯하고 설득력 또한 있어 안도의 숨고르기를 하려던 차에 참석 기자들과의 질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줄기세포를 몇 개 확보하고 있습니까?” 이에 황우석은 “10개면 어떻고, 4개면 어떠냐?”는 취지로 대답하는 것입니다. 순간, 필자는 편집실에 전화를 걸어 그 칼럼을 예정대로 실어달라고 말했습니다. “10개면, 어떻고, 4개면 어떠냐?”는 자연과학자다운 답변이 결코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무렵 한 미국 동료가 줄기세포와 관련한 <뉴욕타임스>(2005. 12. 04)의 사설을 보내왔습니다. “한국의 복제 위기(South Korea’s Cloning Crisis)”라는 제목의 칼럼이었습니다. 칼럼을 읽으면서 필자는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국민적 모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담하였습니다. 그네들의 부정적 논리는 이미 짐작한 터였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길지 않은 칼럼 전체에 거짓(lied, lies, lying)이라는 낱말이 무려 다섯 번이나 나왔습니다. 보통은 “당신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다” 또는 “믿기 힘들다”는 식의 간접화법을 쓰기 마련인데,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또는 “그것은 거짓말이다”라는 식의 직설화법을 읽자니 참담함을 넘어 서글프기 그지없었습니다. 그것도 세계적 언론 매체인 <뉴욕타임스>의 사설에서 말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당혹스러운 가운데서도 <뉴욕타임스>가 작심하고 실은 듯한 그 칼럼이 향하고 있는 매서운 질타의 화살은 황우석과 국적을 같이하는 우리 국민 모두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파렴치하게도 과학적 결과를 조작한 황우석 사건은 국내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적인, 세기의 사기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세월이 지났다고 해서, 황우석 사건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을 국내 연구 진행의 총책으로 선임하는 해프닝을 벌였으니 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국내 과학계가 표현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받을 만도 합니다.
혹시 인사 책임자가 ‘황우석 사기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혹시 ‘내 편 돌보기’ 차원에서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인상을 지울 수 없고, 당혹스러운 사건이라, 당시의 상황을 한 번 되새겨보았습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이번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필경 또다시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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