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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을 서울시장 (2010년 2월 27일)

divicom 2010. 2. 27. 10:08

서울시장 선거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도 나도 후보로 나서고 있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 정리가 되겠지요. 저는 이미 어떤 사람을 찍을지 정해두었습니다.

 

그 사람은 우선 오세훈 시장이 뽑은 나무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는 사람입니다. 광장의 시멘트와 콘크리트 덮개를 들어내고 나무를 심는 사람입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꾸느라 수억 원씩 쓰게 하던 플라워카펫이 있던 자리에도 나무를 심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또 차도 한 가운데 엉거주춤 앉아 칼 찬 장군의 뒷모습을 보며 불편해하시던 세종대왕을 궁 안으로 모셔 들이는 사람입니다.  서울 시내 간판을 '한글 우선, 외래어 병기'로 바꾸어, 백성을 사랑하여 우리글을 만드시고 그 글자들이 외래어에 밀려 비명도 없이 사라지는 걸 보며 애통해하시던 대왕을 위로하고, 제 나라에서조차 외국어 몰라 괴로움 겪는 시민이 없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아주 조금이나마 편히 생활할 수 있게 신경 쓰는 사람입니다. 지하철 입구마다 엘리베이터를 놓고 모든 길에 횡단보도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모든 비장애인에게 장애란 모두가 함께 나눠져야 할 짐이며, 모든 비장애인은 잠재적 장애인임을 알려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또 어떻게 하면 누구나 하루 세 끼를 먹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든 시민이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낳아 놓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는 게 문제이며,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오래 존경받으며 사는 게 중요함을 일깨우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불필요한 것, 흉한 것을 없애는 사람입니다. 도심 곳곳에 흉칙하게 세워놓은 잔디인형들, 아무 곳에나 설치해둔 시티비전, 서울을 졸부의 안마당으로 만드는 온갖 인공적 조형물들을 없애는 사람입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 아름답던 서울을 되찾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시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자들의 허영심은 이용해도 서민들의 가난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자기는 부자이면서 가난한 척, 가난한 사람들의 편인 척 포즈를 취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그 사람은 불을 끄는 사람입니다. 너무 휘황한 네온, 색색 막대 등으로 장식한 다리 난간, 너무 환한 시내 한복판의 조도를 낮추는 사람입니다. 한 달에 적어도 하루, 5분도 좋고 10분도 좋으니, 나이트클럽과 찜질방과 붉은 십자가의 불을 꺼, 춤도 몸도 신도 모두 잠잠케 하여 별들이 찾아오게 하는 사람입니다. 밤을 잊은 사람들에게 밤이 사랑임을 일깨우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요? 잘 살펴보아야지요. 진실을 찾을 때 늘 그래야 하듯 귀를 막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