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닭, 개, 사람, 그리고 사랑 (2026년 2월 25일)

divicom 2026. 2. 25. 10:57

원래는 박주민 의원에 대해 쓰려고 했습니다.

세월호 덕에 '스타 정치인'이 된 박 의원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실패한 후에도 정계에서 승승장구하더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 시장 후보로 나오려 한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가끔 산책 삼아

은평구  응암동, 박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대림시장을

갈 때면 박 의원을 떠올리게 됩니다.

 

작년이던가 대림시장 화장실에 갔을 때는 소리 내어

그를 욕했습니다. 노인들이 주 영업 종사자이자 고객인

전통시장 화장실이 업장에서 가장 가기 힘든 옥상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1층 시장에서 시작하는 좁은

나선형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했습니다. (부디 더 좋은

길이 있는데 제가 찾지 못한 것이길!)

 

지역구 의원이 이 시장에 한 번이라도 와 본 적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서울 시장이 되려

한다니 이제 서울 전체를 무신경한 행정 도시로 만들려는

건가, 기가 막힌 겁니다. 

 

그래서 박주민 씨에 대해 쓰려 했는데, 아래 기사 때문에

미뤘습니다. 물은 불보다 강한 것. 기사가 눈을 젖게 해

박 의원에 대한 화를 잠재운 것이지요.

 

닭살 돋는 사랑 행각은 많아도 진짜 사랑은 찾기 힘든

세상에 그런 사랑을 찾아 소개해 준 수의사 허은주

선생에게 감사하며 경향신문에 실린 그의 글을 옮겨

둡니다. 갈수록 낯설게 느껴지는 세계를 모두 함께 사는

집처럼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과 허 선생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닭, 사람, 사랑…내가 본 기적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의 퇴근길이었다. 나무 밑에서

바닥을 부리로 쪼고 있는 새를 보았다. 멀리서는 하얗고 둥근

털 뭉치로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익숙한 새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닭이었다. 빼곡하게 자라난 초록 풀들 사이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며 바닥을 쪼다가 공중으로 무언가를

가볍게 던지기도 했다. 움직이는 나를 발견하고 머리를 들어

닭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것 같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퇴근길에 닭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한 여성이 닭의 옆에 서 있었고 작은 갈색 개도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개는 가만히 서서 냄새를 맡다가도

껑충껑충 뛰어다녔는데 아주 신나 보였다. 닭은 강아지가 갑자기

가까이 뛰어와도 신경 쓰지 않고 바닥 쪼는 일에 집중했다.

오랫동안 함께 지낸 사이인 듯 친밀하고 편안해 보였다. 닭과 개,

사람은 함께 무르익은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여성에게 말을 건넸다. 닭이 참 예쁘고, 개와도 친해 보인다고.

어떻게 닭과 개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물었는데 대답이 놀라웠다.

닭과 함께 산 지는 일 년이 좀 넘었다고 했다. 당시 한적한 국도를

운전 중이었는데, 앞에 닭들을 싣고 달리는 트럭에서 닭이 떨어졌다고

했다. 트럭은 그대로 지나갔고, 이분은 차를 세워 그 닭을 집으로

데려왔다. 닭은 떨어질 때의 충격 때문인지 잘 서 있지 못했고

그 모습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털이 다 자라지 않은 어린 닭이어서 붉은 피부가 꽤 

많이 보였고 대롱 같은 깃대들이 몸에 삐죽하게 붙어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털이 이렇게 예쁘게 다 자랐고 잘 뛰어다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가까이에서 본 닭은 온몸이 흰색 깃으로

풍성하게 덮여 있었다. 늦봄의 햇살이 깃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대화 중에 닭이 조금 멀어져서 시야를 벗어나자, 여자가 닭의 

이름을 불렀다. 닭은 나무 뒤에서 나타나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보호자가 무릎을 구부리고 팔을 벌리니 달려오던 닭은 그 앞에서

속도를 줄여 품 안으로 부드럽게 안겼다. 여자는 두 팔을 구부려 닭의

몸을 안아주었다.

 

감탄하는 나를 보고 그분이 말했다. “닭이 이렇게 사람하고 교감하는 줄

모르셨죠? 저도 몰랐어요. 자기 예뻐하는 것도 금방 알더라고요.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날개 퍼덕거리면서 제일 먼저 현관으로 뛰어가요.

안아달라고요.”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는 나를 보며 여자분은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보여주셨다. 화면 안에는 허리를 굽히고 팔을 벌린 사람을 

향해 날개를 퍼덕이며 뛰어가는 닭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화면을 보자마자 알았다. 그 순간에는 사랑이 흘러넘치고 있었다는 것을.

닭의 자연 수명은 10~15년이다. 국내에서 고기를 먹기 위해 키우는

육계의 사육 기간은 30~32일 정도이다. 그 이상 사육하면 닭의 출하

비용에 비해 사료 값이 많이 들어 효율이 떨어진다. 아직 병아리 티를

벗지 못한 어린 닭을 도축하는 이유이다. 내가 오늘 만난 닭도 태어난 지

한 달 정도가 되어 도축장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가족을 만난 이 닭은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 닭이 되었다.

닭은 죽음이 아닌 삶을 얻었고, 사람은 닭과 사랑하며 사는 삶의 행복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적이 된 것이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221953005

 

[시선]닭, 사람, 사랑…내가 본 기적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의 퇴근길이었다. 나무 밑에서 바닥을 부리로 쪼고 있는 새를 보았다. 멀리서는 하얗고 둥근 털 뭉치로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익숙한 새의 움직임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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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_oyLgkLUGoc&list=RD_oyLgkLUGoc&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