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걸출한 배우, 훌륭한 사람 (2026년 1월 6일)
아버지 어머니,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였던
안성기 씨가 어제 두 분의 세상으로 갔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벗어 놓고 가신 육신을 품은
양평 '별 그리다'가 안성기 씨가 남긴 육신의
집이 될 거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아들뻘인
그를 만나시거든, 오랫동안 애썼다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십시오.
1950년 마지막 날에 태어나 1957년에 영화에
처음 출연한 안성기 씨는 '모두를 보듬는' 겸손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60년이 넘게 최고 배우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를 영화 아닌 곳에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시간의 흐름 덕에 얻은 주름은 그의 인품을
보여주는 증거로,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장치로
기능했습니다. 조금만 이름을 얻으면 광고와
연예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주름과 검버섯을
지우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무리에서 그는 얼마나
드문 인격이었을까요?
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어제, 여러 TV방송에서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방영하고 무수한 사람들과
언론이 그를 기리지만, 제가 좋아하는 그의 영화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으니 서운합니다.
그 영화는 이광수의 단편소설 '꿈'을 배창호 감독이
1990년에 만든 것으로 안성기 씨와 황신혜 씨가
주연했습니다. 김영진 평론가는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걸작선 '꿈' 소개 글에서 그 영화를 '거의
흠 잡을 데 없이 잘 만들었는데도 대중과 잘 만나지
못하고 비평적으로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지 못하는'
영화라고 묘사합니다.
https://www.kmdb.or.kr/story/10/512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를 아름답게 그린 이 영화,
인생이 꿈과 같음을 보여준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길
바라며, 사도 요한 안성기 님의 자유와 평안을 빕니다.
바로 아래 사진은 영화 '꿈'의 한 장면이며, 그 아래에
한겨레신문 김은형 기자가 쓴 안성기 님 관련 기사를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38021.html

뒤에서 모두를 보듬고 떠난 안성기…
“누가 그를 대신할 수 있나”
안성기가 말하는 나의 영화 10편 & 영화인들이 말하는 안성기
지난 2017년 4월 한국영상자료원은 안성기의 배우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를 열면서 안성기가 꼽은 자신의 대표작
10편(2017년 이후 개봉작 제외) 을 소개했다. 영상자료원 웹진에 기록된
‘안성기가 말하는 나의 영화 10편’과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이장호 감독, 1980)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영화에 대한 검열이 엄격한 시기였음에도
고속 성장의 이면을 담아 현실을 비판적, 반성적으로 성찰한 영화.
개인적으로는 오랜 공백기 이후 영화배우로서 인정받은 첫 번째 작품이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은 대마초 파동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장호 감독의 재기작이자, 대학을 졸업한 뒤 돌아온 영화계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안성기가 성인 배우로 인정받은 첫 작품, 그리고 최루성 멜로
영화와 호스티스 영화가 범람하던 한국 영화계에 리얼리즘의 회복을 알린
‘뉴웨이브’의 출발점이었다.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를 “과장해 말하자면
백년에 한번 나올 만한 배우”라면서 “80년대 리얼리즘 영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배우가 안성기였다. 그전에는 미남이라든지 아주 못났다든지
극단적인 배우만 있었지만 안성기는 평범하면서도 연기력에 따라서
강렬해질 수 있는 이미지”라고 평가했다.
만다라 (임권택 감독, 1981)

“뛰어난 예술성으로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작품이다.
해외 영화인들을 만날 때면 여전히 ‘만다라’를 꼽곤 하니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임권택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이자 한국 종교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안성기는 “‘만다라’와 임권택 감독과의 만남은
내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며 “이 영화로 연기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안개마을’(1983),
‘태백산맥’(1994), ‘축제’(1996) 등에 이어 ‘화장’(2015)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갔다. 임권택 감독은 전남 장흥에서 한달 반 동안 꼼짝없이
머물며 찍었던 ‘축제’ 촬영현장을 회고하며 “안성기라는 배우 아니면
누구와 이런 영화를 해야 될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연기자”, “그 사람의
인간성 자체가 정말 성실하고 굉장한 노력형이다. 이런 것이 안성기를
오늘의 훌륭한 연기자로 있게 한 배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은 일본인 무라야마 도시오가 쓴 안성기 평전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의 추천사에 “그는 도사이거나 곧 신선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썼다.
깊고 푸른 밤(배창호 감독, 1985)

“‘깊고 푸른 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 로케이션 촬영에 현상 또한
미국 현지에서 진행한 작품이다. 당시 국내에서 현상한 작품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좋은 기술이 있다면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예시와도 같은 작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