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연말에 읽는 시 2 (2025년 12월 29일)

divicom 2025. 12. 29. 21:21

가을에 떠나지 말고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라고

애소하는 가요가 있습니다. 칼바람 속에서 냉정하게

돌아서는 연인을 보낸 후 눈 덮힌 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겠다는 겁니다.

 

눈길을 걷다 보면 차디찬 바람이 머리를 명료하게

해주어, 인간의 변심은 겨울바람보다 차가울 뿐만

아니라 겨울의 눈처럼 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희곡 '좋으실 대로

(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 2막 7장에도 그런

각성을 담은 시/노래가 나옵니다.

 

 

불어라 불어라 그대 겨울 바람이여  

불어라, 불어라, 그대 겨울바람이여,

그대가 불친절하다 해도

인간의 배은망덕엔 미치지 못하니.

그대의 이빨도 그리 날카롭진 않다,

그대 숨결 거칠지라도  

그대 모습 보이지 않으니.

아! 노래하라, 아! 늘푸른

호랑가시나무에게:

우정이란 대개 거짓 꾸밈이고

사랑이란 대개 바보짓이라고.

그러니, 아, 호랑가시나무여!

인생은 참 즐겁구나.

(하략)

 

Blow Blow Thou Winter Wind

Blow, blow, thou winter wind,
  Thou art not so unkind
     As man’s ingratitude;
  Thy tooth is not so keen,
Because thou art not seen,
     Although thy breath be rude.
Heigh-ho! sing, heigh-ho! unto the green holly:
Most friendship is feigning, most loving mere folly:
  Then, heigh-ho, the holly!
     This life is most jolly.

  Freeze, freeze, thou bitter sky,
  That dost not bite so nigh
     As benefits forgot:
  Though thou the waters warp,
     Thy sting is not so sharp
     As friend remembered not.
Heigh-ho! sing, heigh-ho! unto the green ho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