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노년일기 271: 뜻대로 되지 않은 한 해 (2025년 12월 16일)
divicom
2025. 12. 16. 18:15
작년 이맘때, 그러니까 2024년 12월에 2025년에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영어로 써둔
소설 네 편을 발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써 본 소설이 학교에서 주는
문학상을 받은 이래 줄곧 소설을 쓰며, 삶에 '시절인연'이
있듯 글에게도 때가 있어 제때 발표하지 않으면 읽힐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에도 그 소설들을 발표하려고 외국 출판사를
알아보았으나 출간하지 못했고 그 미뤄진 소망이
다시 2025년 새해의 소망이 되었던 겁니다. 출판해 줄
곳이 마땅치 않으면 아마존 같은 곳의 전자책 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출간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심을 하고 약 열흘 후, 그러니까 2024년
크리스마스를 막 지났을 때 예상치 않았던 제의를
받았습니다. 영시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을 영시 선정과 번역 작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몇 달이 흘러 영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며 이제 영어
소설 출간을 모색해야지 했지만, 생각은 또 다시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북한과 아시아 국가들의 어린이와 노인을
돕는 <사단법인 봄>과의 인연으로 차인현 신부님의 회고록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가톨릭도 아니고 차 신부님을 한 번 뵌 적도 없었지만 그동안
그분에 대해 들으며 키웠던 궁금증이 큰 데다 그분의 삶을
증언하는 자료들을 보니 그 작업이 우회적 경로를 거쳐 제게
온 게 감사했습니다. 신부님 책 작업 덕에 여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고 마침내 지난 10월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을 출간했습니다.
차 신부님 책이 나온 후 한동안 쉬고 나서 제가 영어로 써 두었던
소설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 그 소설들을
발표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작품들과
떨어져 있었던 시간 덕택일까요? 전에 보이지 않던 그 작품들의
허점들이 보였습니다. 만일 2025년이 뜻대로 되어 그 소설들을
출간했다면 크나큰 부끄러움 속에 2026년을 맞게 되었을 겁니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2026년엔
현실적 계획을 세우는 대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진력하겠다는
다짐만 하려 합니다. 그저 매일 아는 대로 행하며 우주의 기운이
이끄는 대로 살겠습니다. 누가 압니까, 때로 비틀거리게 되더라도
'나 비틀거린 덕에 너를 만났네' 하는 '찰나'의 가사처럼 정말 중요한
인연을 만나게 될지...
링크를 클릭하면 지미 스트레인의 노래 '찰나' 를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S2QVXh9Mb8&list=RDQS2QVXh9Mb8&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