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무안 참사 유가족의 삭발(2025년 12월 3일)
divicom
2025. 12. 3. 11:02
12월엔 조용히 지나가는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새해 계획을
세우고 싶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나 소란합니다.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에선 337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고,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동남아에서는
사망자가 천 명을 넘었습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 소식 속에서도 특히 마음을 아프게 한 건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숨진 이들의
유가족들이 삭발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승객 전원을 비롯해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참사이지만, SBS가 지난
2월 23일 보도한 대로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게, 이번 참사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관심에서 멀어"진 듯합니다.
유가족들이 삭발을 한 건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
위원회(항철위)의 무안공항 참사 공청회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유족들은 국토부 소속인 항철위가 이 사건과 관련된
국토부의 과실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을 거라며 공청회의
중단을 요구했고, 그 요구에 힘을 싣기 위해 이 추운 계절에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요청했지만, 그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대통령은 조금 전 '12·3 계엄 사태' 1년을 맞아 발표한 '빛의 혁명
1주년' 특별 성명에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극복해 낸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만약 대한국민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평화를 회복하며 온 세계에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갈등과 분열로 흔들리는 모든
국가들에게 크나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저는 계엄 발발한 지 1년된 날이 언제, 어떻게
'빛의 혁명 1주년'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모르고, 노벨평화상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무릇 상은 정치적인 것인데,
특히 노벨평화상은 어떤 상보다 더 정치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한국민'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억울한
국민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무안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주길 고대합니다. 너무 바빠 시간 내기 어려우시다면
오늘 저녁 국회 앞에서 열리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참여하는 대신 그분들을 만나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 성명으로 계엄 사태에 관한 대통령의 입장은 충분히 표현하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