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차인현 신부 회고록(2025년 11월 28일)
어제 저녁 오랜만에 한강을 건넜습니다.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서울성모장례식장)에 계신
김란성 마리아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마리아님은 제 오랜 친구 홍혜련 소피아의 어머님이십니다.
거의 1세기,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웠을 이승의
삶을 뒤로 하신 어머님께 절 올리며, 그분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겨울이 시작됐지만 장례식장에는 꽃이 많았습니다.
망인들을 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방 앞 복도마다
조화(弔花)들이 줄 맞춰 서 있었습니다. 그 꽃들의 향기가
고인들을 위로해 주길, 그분들이 유가족들에 대해 느꼈을지
모를 서운함을 덜어 주길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어제 장례식장에 함께 갔던 '사단법인 봄'의
이승정 상임이사님에게서 가톨릭평화신문에 실린 차인현
신부님 회고록 기사 링크를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차 신부님
회고록은 '사단법인 봄'이 큰 은인인 차인현 신부님을 기려
지난 달 출간했고 저도 그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평화신문 기사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차 신부님 책을 함께
다루며 추기경님의 책에 더 큰 지면을 할애했지만, 여기서는
그 책 관련 부분을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소피아를 귀애하셨던 차 신부님, 소피아의 어머니를 따뜻이
맞아 주시고, 소피아를 위로해 주소서!
두 사제의 발자취를 새해 나침반 삼아
김수환 추기경과 차인현 신부의 삶과 신앙 담은 책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시기와 함께 교회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따뜻하면서도 괄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긴 두 사제의 회고록을 새해 나침반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추기경 김수환 / 가톨릭평화방송 엮음 / 조한건 신부 감수 / 가톨릭출판사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 재개정판
한국 가톨릭교회의 상징인 ‘하느님의 종’ 김수환(1922~2009) 추기경.
현재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가 시복시성 예비 심사 중인 김 추기경의
삶과 생각을 담은 회고록이 출간됐다. 지난 2004년 소개된 책의 재개정판이다.
“신부 되는 것,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하셨고
주교와 추기경의 삶은 명령으로 떨어졌고, 여기에 따르는 긴 세월의 삶은
단순하지 않았다.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중략)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이런 죄와 허물을 통해서, 바오로 사도가 ‘죄 많은 곳에
은총도 충만히 내렸다’(로마 5,20 참조)고 하신 대로 당신의 사랑, 당신의 자비,
당신의 그 풍성한 용서의 은총을 깨닫게 하여 주셨다.”(412쪽)
이 책은 김 추기경이 남긴 유일한 회고록으로, 그의 구술을 토대로 집필됐다.
어린 시절부터 추기경이 되기까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격동의 한국 사회를
온몸으로 겪은 80여 년의 여정이 100장이 넘는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또 1969년
당시 최연소면서 한국 최초의 추기경으로 서임된 과정과 서울대교구장 재임 30년
동안 마주한 한국 교회의 역사적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차인현 신부의 삶과 음악 / 사단법인 봄
한국 교회음악 기틀 잡은 차인현 신부의 신앙과 음악
한국 교회음악의 기틀을 잡은 차인현(1938~2025) 신부의 회고록도 나왔다.
평안북도 선천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월남한 뒤 세례 및 사제품을 받은
이야기부터 1970년대 로마 교황청립 교회음악대학에서 종교음악을 공부한 과정,
귀국 후 서울대교구 종교음악연구소 소장으로 가톨릭음악원을 짓고 최양업홀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는 등 사제로서 음악가로서 한국교회 및 교회음악과
함께한 지난날이 수록되어 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발간하는 「교회와 역사」에 게재된 내용을 뼈대로
동료 및 선후배 사제, 여러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 살을 채웠다. 동생 차연옥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를 통해 로마 유학시절 차 신부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숨은 이야기도 더했다. 마지막으로 차 신부가 수행한 교회음악에 대한
연구 실적도 부록으로 실었다.
“하시고자 하는 일이 너무도 많으신 주님은 또 하나의 사업인 종교음악원 건립을
위해 나를 부르셨고 주님이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미진하고
보잘것없는 내 능력에도 서슴지 않고 그 부르심에 응했다.”(98쪽)
차 신부는 1994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전신인 가톨릭음악원을 설립했고,
통일성가집편찬위원회 대표를 맡아 여러 성가집을 한데 묶은 「가톨릭성가」를
편찬했다. 무지카사크라서울합창단과 무지카사크라소년합창단을 만들고, 조선교구
150주년 신앙대회 합창단을 지도하는 등 한국 교회음악 보급과 발전에 헌신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