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과 거북선 (2025년 11월 22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잘해 보려 애쓰던 시대는
가버렸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자신이 만드는 물건이 무엇을
위한 건지, 자신이 파는 물건이 무엇으로 만든 건지, 자신이 돈을
벌어 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하지도
않고 일터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일어난 사건과 사고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일꾼'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1915-2001)과 그분이 세운
조선회사 얘기입니다.
기사를 읽고 나니 평생 처음으로 주식을 한 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HD현대중공업 주식이지요. 얼마면 살 수 있나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한 주에 55만 5천 원이라고 합니다. 2만
8천 원이 떨어진 값이라고 하지만 제 능력으로는 한 주도 살 수
없습니다. 언젠가 제게 돈이 생기면 꼭 한 주 사서 정주영 회장님을
기리겠습니다.
아래는 조선일보에 실린 관련 기사입니다.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기사 원문과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사에 '500원권 지폐'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은 동전만 나오지만
1962년부터 1972년까지는 최고액권 지폐였으며 1980년대 초
지금 사용하는 500원 동전이 나올 때까지 흔히 사용됐다고 합니다.
(나무위키 참조)
HD현대, 세계 최초 선박 5000척 인도
지난달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필리핀 초계함 2호 ‘디에고 실랑함’이 인도됐다.
길이 118m, 최신예 함정인 이 군함은 HD현대가 1974년 첫 선박을 건조한 이래
5000번째 선박이다. 세계 조선 역사상 단일 기업이 5000척을 인도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보다 훨씬 오래된 조선 역사를 가진 유럽과 일본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HD현대는 이를 기념하며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행사’를 열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박동일 산업통상자원부 실장,
안병길 해양진흥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HD현대는 1974년 26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를 시작으로 68개국 700여 선주사에 선박을
인도했다. HD현대중공업 2631척, HD현대미포 1570척, HD현대삼호 799척
등이다. 5000척을 한 줄로 세우면 총 길이가 1250㎞에 달한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직선거리(1150㎞)보다 길다. 정 회장은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고 말했다.
◇500원 지폐 한 장으로 시작된 기적
한국 조선업의 시작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 한국 조선업의 연간
건조량은 50만GT(총톤)로 세계 점유율 1%도 안 됐고, 최대 선박은 1만7000톤
급이었다. 당시 조선소 건설은 ‘무모한 도박’으로 여겨졌다. 일본은 당시 우리나라를
보고 “한국 경제 규모에 5만톤급 선박의 건조 능력만 갖추면 충분하다”며 “설령
조선소를 지어도 기술이 없어 대형선은 절대 못 만든다”고 했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울산 미포만 모래사장 사진과 영국 조선소 설계도면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녔다. 정 명예회장은 당시 차관 확보를 위해 영국은행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500원짜리 지폐 속 거북선을 보여주며 “한국은 400년 전에
이미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결국 1972년 조선소 건설을 시작했고, 1974년 6월 조선소 준공과 1호선 인도를
동시에 해냈다.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이뤄진 것은 세계 조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기록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행사에 참석해 “오늘 명명식은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기약하는 선언이자 도약하는 국력의 상징”이라 말했다.
1호선은 ‘애틀랜틱 배런(대서양의 남작)호’, 2호선은 ‘애틀랜틱 배러니스(대서양의
남작 부인)’로 명명됐다.
◇상선에서 군함까지,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한국 조선업은 반세기 동안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변화를 이뤘다. 초기 유조선과
벌크선 등 상선 위주로 시장을 따라가던 ‘패스트팔로워’에서 이제는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무버’로 자리매김했다. 5000번째 배가 상선이 아닌 최신예 군함이라는 점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도 힘을 받고 있다.

1975년 HD현대는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함인 울산함 개발에 착수했다.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군함 기술까지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이었다. 1980년 4월
초도함 울산함이 진수됐고, 1981년 해군에 인도됐다. 당시 2000톤급 함정 설계와 건조
경험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이뤄낸 쾌거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고성능 드릴십 등 기술 집약적 선박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에 LNG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기술 등 미래 기술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올해 클락슨 연구소가 선정하는 세계 1위 조선사 자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HD현대 조선 3사는 컨테이너선, LNG선 등 총 144척을
인도했다. 정 회장은 “함께 만든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5000척, 또 다른 반세기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날을 기념해 조선 계열사 임직원과 협력업체
근무자에게 30만원 상품권을 지급한다.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5/11/19/NQJRZ4PRUFBTBPNNQMDJDW3R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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