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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커닝' 시대 대학이 사는 법 (2025년 11월 19일)

divicom 2025. 11. 19. 11:40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AI(인공지능)를

이용해 커닝하다 적발됐다는 기사에 이어 AI 부적절 사용으로

철회된 논문이 200편이 넘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AI 사용 의심 논문은 챗GPT 등이 등장한

2022년까지 9건에 그쳤지만, 2023년 이후 195건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런 기사를 접하며 혀를 차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AI는

점점 더 자주, 더 폭넓게 대학의 시험과 논문에 이용될 겁니다.

그러니 한때 고등교육을 전담하다시피했던 대학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의 실력 검증 수단으로 사용했던 시험과 논문이 여전히 

유효한 검증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나아가 AI를 이용하면 '온 세상'의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점수' 중심의 입시 지옥을 통과해 소위 명문

대학에 다니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회의가 생깁니다.

이런 시대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외치는 정부와 정계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줄어 지방 대학들이 소멸 위기에

처했는데, AI시대가 더 본격화되면 대학들의 운명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AI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소멸을 피하며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그 첫걸음으로, 대학은 AI를 사용한 논문 작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같은 신문 오늘 자에 쓴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 겸 KAIST

명예교수의 글이 공감을 일으켜 아래에 그의 글을 조금 줄여

옮겨둡니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133위에 그친 서울대를

10개 만들겠다는 위정자들이 이 글을 읽고 '메타 교사' 양성에

진력하길 바랍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맹 교수의 글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AI가 몇 초 만에 정답을 내놓는 상황에서 지식 암기나 기계적 문제풀이

중심의 평가는 설득력을 잃었다.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정답

생산 능력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윤리적 판단을 포함한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 과정에서

AI를 비롯한 다양한 도구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은 인류 진화의 긴 호흡에서

보면 당연한 발전 단계다.

 

대학의 평가는 이제 ‘오픈 북’ 시험처럼 ‘오픈 AI(Open-AI)’ 환경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AI 사용을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설계해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대학이 평가해야 할 역량은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롬프트 설계와 문제 구조화 능력이다. 모호하고 다층적인 현실 문제를

AI가 분석할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고, 다양한 관점과 가정을 반영해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능력은 이제 핵심 역량이 됐다.

둘째, AI 결과물에 대한 비판적 검토 능력이다. AI의 답변에는 오류와 편향,

근거 부족의 문제가 있다. 학생은 이를 평가하고 윤리·사회적 기준을 적용해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정답을 산출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사고가 필요하다.

셋째, 인간적 가치의 통합 능력이다. 공감, 협력, 리더십, 책임성과 같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요소를 과제 결과물에 반영하고 실행하는 능력이다.

이런 평가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교육하는 이들의 인식과 역량

부족이다. 여전히 AI로 인한 사회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교수와 교사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를 통제해야 할 위험 요소로만 여기거나 변화의 필요성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육 도구로서 AI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교육 패러다임이

바뀔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당장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해하는 것도 문제다.

기업과 기관들이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금은

필요가 없더라도 경쟁에서 뒤처질까 우려하기도 한다. 미래 세대를 책임지는

교육계는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는 그저 AI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사회적 대전환을 읽고 교육의 목표와 방식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쓰나미가 몰려와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 GPS 사용 여부를 두고 고민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필요한 것은 가르치는 이들을 위한 체계적 재교육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할까. 답은 ‘메타(meta) 교사’다. 교육하는 이들을 가르치는 메타 교사는

단순한 기술 강사가 아니다. AI 시대에 적합한 교수법과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현장에 확산시키며 지속적으로 멘토링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양성돼 교수와 교사들을 AI 시대에 맞는 궤도에 올려놓을 때, 교육 시스템은 비로소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항로를 확보하게 된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51118/1327947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