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서대문구의회 때문에 (2025년 11월 13일)

divicom 2025. 11. 13. 10:49

종로구에 근 20년을 살다가 서대문구로 이사온 지 근 20년,

서대문구에 살아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회의가 생깁니다. 서대문구 살림을 맡아 하는 구의회와 

구청이 어떤 원칙으로 움직이는지, 원칙이란 게 있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청이 하는 일 중에는 통행이 많아 꼭 정비해야 할 보도 

대신 행인이 뜸해 공사하기 편한 보도를 정비하는 것처럼

사소한 일도 있고,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라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의를 일년에 몇 번씩 개최하는 일도

있습니다.

 

올해 2월에 '명사 특강'을 했던 김 교수님을 9월~12월에

매월 한 번씩 네 번이나 초청해 '인문학 특강'을 연다는데,

이성헌 구청장이 연세대 출신이라 김 교수님을 특별히

모신다는 말이 들립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1920년 생입니다. 이제 한국인의 나이도 

만 나이로 세기로 했으니 105세인데, 왜 구청과 언론이 

두루 '106세'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분이 훌륭한

데는 이분의 높은 연세가 중요해서일까요?

 

서대문구청이 구청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사시는

이분을 모셔오는 데 예산을 얼마나 쓰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꽤 오래 몸담았던 대학생 교육단체에서 이분을 모셔다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단체는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민간단체였지만 상당한 액수의 강연료를 지불했으니까요. 

 

서대문구청이 하는 일 중에 거슬리는 일들이 자꾸 생겨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서대문구의회가 그 모든 일을 압도하는

사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안동 생가를

복원하겠다는 겁니다.

 

김덕현 구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 연희동)이 건의안을

발의해서 지난 11일 운영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안동이

고향이라는 김 위원장은 생가를 복원하면 안동의 새로운 관광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건의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니 금세기가 가기 전에 인간이 AI의 지배 아래 놓이리라

걱정하는 겁니다. '최고(最古)'는 '최고(最高)'의 동의어가 아니고

고향 '사랑'이 늘 칭찬받을 일도 아닙니다.

 

대통령 생가 복원 건의안은 철회하기로 했다지만, 부끄러움은

가시지 않습니다. 서대문구의 최대 장점은 학교와 학생, 즉

배우는 곳과 배우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 왜 구청과 구의회

사람들은 배우고 깨치지 못하는 걸까요? 그들은 왜 자신들이

사는 곳이, 나아가 세상이 학교임을 아직도 모르는 채 

20세기식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