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운'을 바꾸려면 (2025년 11월 12일)
divicom
2025. 11. 12. 11:55
초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나무는 말라가고 사람은 살찌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옷이 두꺼워져서일까요? 오가는 사람들 중에 살찐
사람이 많습니다.
오래전 미국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미국엔 신문 기자로
일하던 1986년에 한 번, 미국대사관 전문위원이던 2002년에 한 번,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체격이 사회경제적 계층을 드러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소위 행세께나 하는 사람들 중엔 뚱뚱한 사람이 드물고,
건물의 문지기나 수퍼의 계산원들은 대개 뚱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체격이 사회적 계층을 드러내진 않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병관리청이 '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한
한국 성인의 비만율을 보면, 남성 비만율이 41.4퍼센트로 여성(23%)의
비만율보다 훨씬 높은데, 특히 30대와 40대 남성의 비만율이 각각
53.1퍼센트, 50.3퍼센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성은 60대에서
26.6퍼센트, 70대에서 27.9퍼센트로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며 복부 지방이 쌓인 탓이라고
합니다.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는 지난해 5월 16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체중과
신장을 바탕으로 하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경우를
비만으로 규정합니다.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15년 26.3%에서 2024년 34.4%로 꾸준히
증가했는데,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운동 부족이라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산정한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신체 활동
부족률이 31.3퍼센트인데 비해 한국은 58.1퍼센트에 달합니다.
'2024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중강도 신체 활동을 하루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실천한 한국의 성인은 26.6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운동 부족 다음으로 중요한 비만 원인은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 음식 섭취의 증가로 보인다는데, 이 풍조를 바꾸려면
TV프로그램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할 겁니다. TV가 비추는
한국은 말 그대로 '먹기 위해 사는' 나라여서 밤이든 낮이든
TV화면을 채우는 건 '먹방'과 요리 프로그램이니까요.
저는 본래 타고난 체질도 약한 데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 심하게 아파서 누워 지내야 하는 날이 아니면 꼭
산책에 나섭니다. 제 전화기에 유일하게 깔려 있는 앱은 걸음 수를
알려 주는 앱인데, 그걸 참고하며 매일 6천 보 이상 걷고 있습니다.
언젠가 '김창옥 쇼'에서 '운동'은 '운'을 바꾸는 일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운동'의 '운(運)'은 '운'이
좋다 나쁘다 할 때의 '운(運)'과 같이 '운전할 운'입니다. 저는
운전 면허가 없어 차를 몰진 못하지만, 제 삶만은 제가 운전하고
싶습니다. 비만한 30-40대 남성들이 몸을 움직여 자신들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운전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