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0월 29일 사이렌과 차별적 추모 (2025년 10월 30일)

divicom 2025. 10. 30. 11:29

어제 아침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이렌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6월 6일)에 울리는 건데 무슨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충일엔 오전 10시에 울리는데, 어제는 10시 29분에

울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사이렌은 어제 정부가 이태원에서 일어났던 

핼러윈데이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함께 주최한 첫 공식

추모 행사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그 소식을 접하니 지난 4월 11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와 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공식 추모 행사도 없었고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는데.. 의아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수가 다른 참사의 희생자 수보다 많은 걸까 하고

찾아 보니, 이태원 참사 희생자 수는 159명, 세월호 희생자는 304명,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는 179명입니다. 

 

다른 참사는 서울 아닌 곳에서 일어났고 이태원 참사만 서울에서

일어나 서울에 사이렌이 울린 걸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어제

추모 행사가 정부가 나선 '공식' 추모 행사였기 때문에 사이렌이

울렸다고 합니다. 즉, 이태원이 서울에 있어서 서울에 사이렌이 울린 게

아니고, 서울이 이 나라의 수도라서 사이렌이 울린 겁니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는 정부가 나서고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데는 정부가 나서지 않고

추모 행사를 유가족들과 해당 지자체에 맡기는, 그 차별적 결정은

누가, 어떤 근거로 내린 걸까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26명이 외국인인데 마침 내일이 핼러윈데이이고,

힘있는 외국인들이 많이 참석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경주에서 열리고 있어, 정부가 외국인들을 의식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공식' 행사를 열고 사이렌을 울린 걸까요? 

 

이 나라는 참사 다발 국가입니다. 2000년대 들어 일어난 참사만 해도

2003년 192명이 숨진 대구 지하철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 2024년 제주항공 참사 등이 있습니다.

 

참사는 재앙이지만, 극심하게 분열된 한국인들을 깊은 슬픔으로

하나되게 합니다. 추모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추모가

진실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나된' 상태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하지 않던 일을 할 때는 '왜' 그렇게 하는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이유를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다. 현충일에만

울리던 사이렌을 참사 기념일에도 울리기로 결정했다면, 그 사실을 알리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다른 참사 기념일에는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이태원 참사 기념일에만 울릴 거라면, 왜 그런 '차별적 추모'를 하기로

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정부의 설명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