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LG 트윈스 야구 학교 (2025년 9월 10일)
divicom
2025. 9. 10. 11:20
저는 운동을 잘하지 못합니다.
운동은 못해도 보는 것은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건 달리기, 높이뛰기 등의
육상경기이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건
야구입니다.
전에는 직접 운동장에 가서 경기를 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가서 본 경기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었습니다. 텅 빈 스타디움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육상경기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기록이
중요하고, 기록은 선수들이 자신과 싸운
결과입니다. 저는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록 경기에 자신을 투신하는 선수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축구의 '할리우드 액션'
같은 거짓이 없고, 농구나 배구보다 선수들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다른 구기들은 거의 쉬임 없이
몸을 움직여야 해서 생각이 개입할 여지가 적지만
야구에는 배트, 스트라이크, 볼, 베이스 등 여러 장치가
몸의 움직임은 물론 생각까지 작동하게 하니 더
재미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 팀은 LG 트윈스입니다.
LG 트윈스는 리그 선두를 달리며 9개 구단과의 전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리그 꼴찌로 확정된 키움
히어로즈에게만은 계속 지고 있습니다. 8월 말엔 서울
잠실구장에서 키움과 3일 연속 싸워 세 번 연속 패했고
어제는 고척스카이돔에서 11대 2로 대패했습니다.
LG 트윈스의 염경엽 감독은 '키움만 만나면 꼬이는' 게
있다고 했다지만, 제가 보기에 그의 팀은 지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LG 트윈스가 키움 히어로즈에게 지는 것을 볼 때면
아버지와의 바둑에서 늘 지던 룸메에게 느끼던 감사
같은 것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사위들과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하셨고 특히 맏사위와 두기를 좋아하셨는데, 맏사위가
늘 당신에게 패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눈치채시지
못하게 지기 위해 맏사위가 얼마나 애썼는지는 모르셨을 겁니다.
경기에선 이기는 게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누구를 이기고
누구에게 지는가라고 생각합니다. '키움만 만나면 꼬이는'
LG의 경기는 꼴찌에게 힘을 주는 경기입니다.
LG 트윈스 야구 학교의 수업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