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악귀야, 물렀거라: 동지 팥호박죽 (2024년 12월 20일)

divicom 2024. 12. 20. 11:08

내일은 동지, 24절기 중 22번 째 절기입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

음기가 극에 달하며 양기가 생겨나는 때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동지에 양색인 붉은 색 팥으로

죽을 쑤어 먹음으로써 음귀를 쫓았다고 하지요.

 

올해는 팥의 작황이 매우 나빠 값이 엄청 비쌉니다.

팥만으로 팥죽을 쑤어 먹는 것은 부자들에게나

가능할 테고, 저는 가을 끝에 사 두었던 늙은

호박을 주로 하고 팥은 다만 곁들여 죽을 쑵니다.

본래는 찹쌀 경단으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야 하지만

찹쌀 가루가 없으니 며칠 전 세일할 때 샀던 밤을 삶아

새알심을 삼습니다.

 

요즘 이 나라엔 무속 신앙이 판을 칩니다.

대통령 부부 주변에도 역술인 천공과 건진법사가

있고,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용한 점쟁이'와

'새해 운세' 얘기를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무속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엔 남녀노소가 없는 듯하니

쯧쯧...

 

저 같은 사람은 그저 웃으며, 사람 아닌 존재들의

'사람 코스프레'를 지켜볼 뿐입니다. 악귀야, 물렀거라!

팥호박죽 벼락 맞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