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문창재 선배님, 떠나가시네 (2023년 4월 11일)

divicom 2023. 4. 11. 11:14

선배님 아주 떠나시는 날, 귀한 비 날립니다.

어제 아침에야 부고를 보고 놀란 가슴으로

강 건너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선배님이 떠나신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보다 5년 앞서 한국일보사의 기자가 되신 선배님,

편집국이 달라 함께 일한 적은 없어도 스치며 뵙는

풍모가 넉넉하고 시원하여 절로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셨습니다.

 

그러던 선배님과 훗날 아름다운서당의 교수로 만났을 땐

얼마나 기쁘고 영광스럽던지요.. 선배님은 제주의 클라스를

맡으시고 저는 서울에 있어 자주 뵙진 못했지만, 선배님과

저의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전 선배님이 <정유재란 격전지에 서다>를

상재하신 후 선배님을 연희동 고미정에 모시고 점심 대접

올린 것이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그때 집밥 닮은 한식을

맛있게 잡수시고 2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드시며 연세대

북문 주변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들에 감탄하시던 일이

어제 같습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니 꼭 한 번 다시 모시겠다"

하니 "무슨 말씀? 다음엔 내가 모시겠다" 하셨지요.

 

선배님, 기품 있고 예의바르시나 따뜻하시던 선배님,

어제 마지막으로 선배님을 뵈러 가는 길 무수한 계단을

오르내렸더니 오늘 늙어가는 몸이 신음소리를 냅니다.

선배님, 마침내 계단에서 해방되신 선배님, 벌써 뵙고 싶은

선배님...  부디 편히 쉬소서!

 

문창재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 별세 (한국일보 기사)

퇴임 후 왕성한 창작 활동

문창재 작가가 1월 6일 한국일보 본사를 찾아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문창재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이 8일 오후 2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46년 강원 정선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양정고와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2년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도쿄특파원, 사회부장,

논설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정년 퇴직한 뒤 내일신문 객원논설위원과

논설고문 등을 지냈고, 한국일보 사우회장을 연임했다.

고인은 한국일보 재직 시절 사회부 기자로 주로 활동했으며, ‘동경특파원

보고서’(1993) 등  저서를 남겼다. 퇴직 후에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역사는 하늘보다 무섭다’(2004),  ‘나는 전범이 아니다’(2005), ‘증언’(2010),

‘대한민국의 주홍글자’(2021) 등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기록한 저서를

잇따라 출간했다. ‘제주 사용설명서’(2019), ‘정유재란 격전지에 서다’

(2019)와 같은 역사 기행서도 남겼다.

 

5년째 암 투병을 이어오면서도 지난해 말에도 저서 ‘징용 조선인은 전쟁

소모품이었다’를 발간했다. 고인은 징용 조선인의 처참한 모습에 충격을 받아,

전국 고서점과 도서관 수십 곳을 다니며 조선인이 희생된 상황과 증언, 일기와

신문기사 등 팩트를 모아 기록했다. 고인은 이외에도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

함명수 전 해군참모총장,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 조귀례 창군 간호장교 등

군 원로들의 회고록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