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고추 선물, 배보다 큰 배꼽 (2022년 9월 8일)

divicom 2022. 9. 8. 13:38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배나 배꼽을 본 적은 없고

그 속담이 은유하는 상황도 별로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제까지는!

 

어제 오랜만에 동생과 점심을 먹고 시골의 공동체에서 가꾼

푸성귀와 곡식을 파는 가게에 들렀습니다. 투명 비닐봉지에 든

초록잎들이 눈길을 끌기에 물어보니 고춧잎이었습니다.

베란다에서 시들고 있는 고춧잎이 떠올라 3천 원을 주고 한 봉을 샀습니다.

 

집에 도착해 봉지를 여니 고춧잎과 고추가 달린 고춧대가

엉켜 있었습니다. 고추를 따로 따서 팔았으면 돈을 더 많이 받았을 텐데

손이 부족해 일일이 따지 못하고 고춧대째 잘라 판 것 같았습니다. 

 

고춧잎과 고추를 따서 분리했습니다. 빨갛게 익은 고추, 몸이 새우처럼

휜 고추, 긴 고추 등 온갖 형태의 고추들을 줄기에서 따다 보니

고추 따는 법을 알 것 같았습니다. 초록잎들 사이에서 간간이 나타나는

하얀 고추 꽃은 건빵 봉지 속 별사탕처럼 예쁘고 반가웠습니다.

 

고추를 따고 보니, 크다는 소리를 듣는 제 두 손을 합해도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추가 모였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이 떠오르며

'선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에 있는 어떤 공동체에서 고추도 고춧잎도 따 본 적 없는

서울 사람을 위해 고추 따는 재미, 어여쁜 고추 꽃, 그리고 비싼 고추까지

한아름 선물을 보낸 것이지요.

 

고추를 키워 보내 주신 분들, 깊이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고추는

된장에 찍어 먹고, 보내주신 고춧잎과 저희 집에서 근근이 자란 고춧잎을

함께 무쳐 맛있게 먹겠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